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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울의 명령과 여성의 지위 (1)

바울의 명령과 여성의 지위 (1)


성경속에는 다양한 여성 차별이 존재한다. 구약도 그렇지만 신약에서의 여성 차별은 현대의 상식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내용이 제법있다. 이게 그냥 성경 전반에 걸친 일관된 하나님의 말씀이라면 받아 들이지 못할 것도 없다. 그런데 갈라디아서 3장 28절처럼 정말 그 당시 어떻게 저런 진보적인 선언이 나왔을까 싶은 구절도 있으니 성경이 전하고자 하는 남녀의 역할이나 지위에 대한 큰틀의 메시지가 뭘까 고민스러울 때가 많다.


There is neither Jew nor Gentile, neither slave nor free, nor is there male and female, for you are all one in Christ Jesus (Galatians 3:28, NIV)


한꺼번에 이 모든 내용의 본질을 전부 이해하기는 힘들지만 최소한 시작은 해 봐야하지 않을까 해서 글타래를 풀어 보기로 했다.


  1. 고린도전서 14:34-35


34 Women should remain silent (σιγάτωσαν) in the churches. They are not allowed to speak, but must be in submission (ὑποτασσέσθωσαν), as the law says. 35 If they want to inquire about something, they should ask (ἐπερωτάτωσαν) their own husbands at home; for it is disgraceful for a woman to speak in the church. (1 Corinthians 14:34-35,NIV)


사도 바울의 이 명령은 사실 직접 명령의 형태(direct commands)이다. 그러니 가장 일반적인 해석이야 당연히 교회내 여성 발언 일체 금지가 될 것이다.


디모데전서 2:11-15 을 보면 이런 해석에 힘을 실어준다.


11 A woman should learn in quietness and full submission 12 I do not permit a woman to teach or to assume authority over a man; she must be quiet 13 For Adam was formed first, then Eve 14 And Adam was not the one deceived; it was the woman who was deceived and became a sinner 15 But women will be saved through childbearing--if they continue in faith, love and holiness with propriety (1 Timothy 2:11-15, NIV)


근데 이런 일반적 해석으로 고린도전서 14:34-35을 받아 들이자면 몇가지 다른 성경 구절과 상충된다. 오늘은 일단 하나만...


고린도전서 11:5에 사도 바울이 여성의 머리를 가리라는 명령을 하면서 특이한 언급을 한다. 즉 기도하고 예언하는 여성에 대한 언급이 있다. 다시 말해서 고린도전서 14:34-35을 교회내 여성 발언 일체 금지로 해석한다면 바로 몇장 앞 11장 5절에서 사도 바울 본인이 여성의 기도와 예언에 대한 언급을 하는 건 어떻게 받아 들일지 고민스럽다. 비록 이게 여성에 대한 또 다른 차별적 명령을 하는 와중에 나온 표현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5 But every woman who prays or prophesies with her head uncovered dishonors her head it is the same as having her head shaved. (1 Corinthians 11:5, NIV)


이 구절에 대해 보수적 신학자들의 입장은 여성들에게 허락된 기도와 예언은 교회같은 공적장소가 아닌 집안이나 기타 사적인 장소에 한정된다는 해석이다.


Harold R. Holmyard III 는 자신의 논문  “Does 1 Corinthians 11:2-16 Refer to Women Praying and Prophesying in Church?”, Bibliotheca Sacra, 154:616 (Oct 1997) 에서 이렇게 주장하고 있다.


“A number of observations suggest that these verses refer to women wearing head coverings when praying or prophesying in non-church settings” (다수의 사례를 살펴보면 이 구절은 교회외 장소에서 머리를 가린 여성이 기도하고 예언하는 걸 언급한다고 볼 수 있다)


John H. Fish III 도 “Women Speaking in the Church”, Emmaus Journal, 1:3, 214-51. (Winter 1992) 에서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고.


그런데 원래 이 바닥이 여기 저기 완벽주의자들이 많아서 진짜 저런 식의 해석이 당시 상황을 정확히 반영하는지 원자료에 바탕을 두고 점검해 본 논문이 있다.


Markus McDowell은 제 2 성전기 (the Second Temple era)인 기원전 530년부터 서기 70년까지 유대사회의 여자들 기도 600개를 분석해서 유대 여성들이 사적, 공적 장소 가리지 않고 기도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Prayers of Jewish Women”, Tubingen: Mohr Siebeck, 2006, 198-208)


기도교인 입장에서도 따로 역사적 자료들을 찾아 보지 않더라도, 기도와 예언에 공적 장소와 사적 장소를 나눈다는 게 경험상 말이 안되기는 하다. James D. G. Dunn도 1 Corinthians, T&T Clark Study Guides (New York: Clark International, 2003), 75 에서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이런 얘기를 한다.


“Where else would prophets prophesy and to whom else would they prophesy than to other believers?” (예언자가 교인들 말고 어디서 또 누구에게 예언을 하겠는가?)


가령 하나님께서 여성 예언자에게 주신 메시지를 사적 장소에서 나누면, 그걸 누군가 듣고 교회 지도자에게 알리고 그걸 지도자가 진위 여부를 판단해서 공적 예배 시간에 공표를 한다는 설정이 너무나 도식적이라고 느껴진다.


적어도 고린도전서 11장 5절과 14장 34-35에 나온 사도 바울의 일견 상반된 명령을 공적, 사적 장소를 구분한 명령으로 해석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인다.


** 이 글에 나오는 일체의 인용은 Andrew B. Spurgeon의 “Pauline Commands and Women in 1 Corinthians 14”, Bibliotheca Sacra 168 (July-September 2011): 317-33 에서 참조했음.